사장님의 역전 선언

GoodNovel new 완결

나는 회사의 워킹맘 직원들로부터 온라인에서 공개 저격을 당했다. 내가 직원들의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던 사내 어린이집이 마치 ‘감옥’과 같다거나, 회사가 직원들의 야근을 부추기기 위해 만든 곳이라는 글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몰랐다. 그 어린이집을 위해 내가 해외에서 직접 설비와 전문 인력을 들여왔다는 사실을. 아이 한 명당 매달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160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나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보여 주기 식 복지라느니, 추악한 자본가라느니. 결국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전 직원에게 공지를 하나 올렸다. [직원 여러분의 자율적인 육아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서, 회사는 무료 사내 어린이집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일부터 사내 무료 어린이집은 폐쇄되며, 기존 복지는 육아수당으로 전환됩니다.] [조건을 충족하는 워킹맘 직원에게는 매달 4만 원의 육아수당이 지급됩니다.] 공지가 올라가자마자 직원들은 발칵 뒤집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워킹맘 직원들은 내 사무실 앞을 가득 메운 채, 어린이집을 없애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챕터 (1)

第1章

나는 회사의 워킹맘 직원들로부터 온라인에서 공개 저격을 당했다. 내가 직원들의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하던 사내 어린이집이 마치 ‘감옥’과 같다거나, 회사가 직원들의 야근을 부추기기 위해 만든 곳이라는 글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몰랐다. 그 어린이집을 위해 내가 해외에서 직접 설비와 전문 인력을 들여왔다는 사실을. 아이 한 명당 매달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160만 원에 달했다. 그런데도 인터넷에서는 나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보여 주기 식 복지라느니, 추악한 자본가라느니. 결국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리고 전 직원에게 공지를 하나 올렸다. [직원 여러분의 자율적인 육아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서, 회사는 무료 사내 어린이집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금일부터 사내 무료 어린이집은 폐쇄되며, 기존 복지는 육아수당으로 전환됩니다.] [조건을 충족하는 워킹맘 직원에게는 매달 4만 원의 육아수당이 지급됩니다.] 공지가 올라가자마자 직원들은 발칵 뒤집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워킹맘 직원들은 내 사무실 앞을 가득 메운 채, 어린이집을 없애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제1화 [대표님, 이것 좀 보세요. 오늘 아이들이 만든 자연물 콜라주예요.] 행정 책임자가 사진 몇 장을 내게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원어민 교사를 둘러싸고 앉은 아이들이 나뭇잎과 꽃잎을 이용해서 동물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아이들 모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진을 바라보던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이 회사를 세운 이유는 단 하나였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육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도심 한복판의 오피스 빌딩 안에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었다. 어린이집 시설에는 최고급 친환경 자재를 사용했고, 보육은 전문 교육팀을 따로 꾸려 맡겼다. 아이들 식단 역시 영양사가 직접 구성했다. 아이 한 명당 매달 들어가는 비용만 160만 원이 넘었지만, 직원들에게는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 회사의 워킹맘들은 대부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다. 아이를 맡기러 여기저기 오갈 필요도 없었고, 비싼 보육비까지 아낄 수 있었다. 어린이집은 운영 석 달 만에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나는 내 선의가 모두에게 소중히 여겨질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때, 휴대폰에 알림 하나가 떴다. [우리 회사 대표가 무료 어린이집을 만들었지만, 나는 이 황금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곧바로 글을 열어 봤다. 글을 올린 사람은 운영팀의 워킹맘 직원, 서가희였다. 올린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들 우리 회사에 무료 어린이집이 있는 걸 부러워해요. 역시 여자 대표라서 여성들의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거죠.] [하지만 아무도 모르죠. 이것이야말로 자본가들이 만든 가장 교묘한 함정이라는 걸요.] [대표는 아이들을 이용해서 우리를 회사에 붙잡아 두고 있어요. 이제 우리는 야근을 거절할 명분조차 없어졌죠.] [집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다고요? 미안하지만 회사에서 이미 아이를 봐주고 있잖아요.] [결국 우리는 가족 부양 부담이 없는 젊은 직원들과 똑같이 매주 6일 동안 매일 9시에 출근해서 9시까지 일하면서, 끝없이 경쟁하고 죽도록 일해야 해요.] [이건 복지가 아니에요. 가족애와 모성애를 미끼로 삼은 또 다른 형태의 착취일 뿐이에요!] 게시글 마지막에는 서가희가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있었다. 사진에는 이런 글도 덧붙여 있었다. [난 회사에 묶여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냥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제시간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해주는 그런 엄마요.] 하지만 그 사진은 우리 회사에서 찍은 게 아니었다. 나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왔다. 우리 회사는 강제 야근을 시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워킹맘 직원들을 배려해서 오후 5시 이후에는 어떤 회의도 잡지 않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서가희가 말한 9시에 출근하고 9시에 퇴근하는 것은 완벽한 날조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아이에게 밥을 해주고 싶다는 말도 웃기기는 마찬가지였다. 서가희의 아이는 매일 사내 어린이집에서 대부분의 가정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풍성한 영양식을 먹고 있었으니까. 댓글창은 예상대로 난리가 났다. [세상에, 저런 대표가 다 있어? 진짜 음흉하다!]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오너 중에 좋은 인간은 없다니까.] [회사에서 주는 복지에는 다 대가가 붙어 있는 법이지.] [회사 이름 밝혀요! 언니, 우리가 다 같이 이 회사 털어버리죠!] 나는 휴대폰을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나는 비서에게 서가희를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잠시 후,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서가희였다. 그런데 서가희의 뒤에는 다른 워킹맘 직원들도 몇 명 같이 따라 들어왔다. 그중에는 이연아도 있었다. 지난달에 이연아의 집에 일이 생겼을 때 내가 특별히 2주 유급 휴가를 줬고, 월급 석 달 치를 미리 지급해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이연아는 고개를 숙인 채, 서가희의 뒤에 서 있었다. “얘기 좀 하시죠?” 서가희는 턱을 치켜들면서, 제멋대로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제 글은 이미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건 모두의 속마음이에요.” 나는 서가희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회사가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복지가 어떻게 당신 입에서는 함정이 되는 거지?” “당신 아이에게 매달 160만 원이 넘는 수준의 보육과 교육을 제공하는 게 당신 눈에는 착취로 보여?” 서가희는 코웃음을 쳤다. “160만 원이요? 대표님, 말장난하지 마세요.” “그 160만 원이 제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대표님이 말하는 그런 거창한 교육 철학, 필요 없어요.” “저희 같은 엄마들은 생각이 훨씬 현실적이거든요.” 서가희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어린이집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그냥 현금 수당으로 계산해서 저희에게 주세요.” “그러면 우리가 직접 아이를 키우든,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든 그건 우리 자유잖아요.” “그게 진짜 직원 복지 아닌가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서가희가 원하는 건 자유가 아니었다. 서가희는 회사의 직원 복지 비용을 그저 자기 개인 수입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서가희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천천히 바라봤다. 모두 내 시선을 피하면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중 이연아만이 잠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입술을 달싹거리는 걸 보니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다. 하지만 서가희가 곧바로 뒤를 돌아 이연아를 노려보자, 곧바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회사 복지 정책은 이사회 결의로 정해진 거야. 당신 한 사람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바뀔 수 없어.” “무리한 요구요?” 서가희는 마치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세요?” 서가희는 휴대폰을 흔들었다. 화면에는 서가희가 쓴 글이 떠 있었고, 좋아요와 댓글 수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이제 이건 저 혼자만의 요구가 아니에요.” “억압받는 모든 직장인 엄마들의 목소리라고요.” 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소리쳤다. “회사 복지가 싫으면 이용하지 마!” “내가 당신 한 사람의 요구에 맞춰 회사 복지까지 바꿀 이유는 없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서가희는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협박을 잊지 않았다. “여론에 따르지 않으시면, 내일 일이 얼마나 커질지는 저도 장담 못 해요.” 제2화 다음 날, 회사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복도와 탕비실 곳곳에서 직원들은 끊임없이 수군거렸다. 내가 지나가면 시선을 피하면서도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서가희의 자리는 어느새 부서 전체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서가희 주변에 모여들어 말했다. “가희 언니, 진짜 대단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걱정보다 부추김과 기대가 더 짙게 드러나 있었다. “우린 다 언니 편이야.” “맞아. 왜 그 돈을 어린이집 운영하는 데만 써야 해? 정작 우리는 한 푼도 못 받잖아.” “걱정하지 마. 다 같이 나서면 회사도 우리를 전부 해고하진 못해.” 내가 지나가는 순간에도 그 사람들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직원들에게 나는 그저 마음대로 이용해도 되는 호구였던 것이다. 오후가 되자 이연아가 혼자 내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연아의 눈가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에는 커피 한 잔이 들려 있었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 가희는 그냥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치켜세워 주니까 조금 들뜬 것뿐이에요.” 이연아는 내 책상 위에 커피를 내려놓으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다들 어린이집이 싫다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 돈을 현금으로 받으면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나는 내가 한때 온 힘을 다해 도와줬던 그 직원을 바라봤다. “그래? 그럼 너도 어린이집을 없애는 데 찬성한다는 거야?” 이연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가 곧 고개를 들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저는 대표님 편이죠. 대표님이 저한테 잘해주신 거, 저는 다 기억하고 있어요.” “저는 그냥 대표님이 걱정돼서 그래요.” “지금 인터넷에서 일이 너무 크게 번지고 있잖아요. 회사 이미지에도 정말 안 좋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양보하시면 안 될까요?” “일단 현금 수당을 조금 지급해서 다들 진정시키는 거예요.” “무조건 막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풀어주는 게 낫잖아요.” 이연아는 나를 걱정하러 온 게 아니었다. 이연아는 그 사람들의 말을 전하고, 내 한계를 떠보려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베푼 선의를 이용해서, 나더러 그 사람들의 탐욕에 굴복하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내 비서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사무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서가희의 글을 팔로워 수백만 명을 거느린 대형 인플루언서들이 퍼 나르고 있어요!” “지금 실시간 인기 검색어 상위권까지 올라갔습니다.”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새로고침했다. 정말이었다.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는 ‘여자 대표가 악덕 어린이집을 만들어 직원 착취’라는 문구가 떠 있었다. 그 게시글 아래에는 새로운 익명 댓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IP 접속 위치는 너무도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바로 우리가 있는 이 오피스 빌딩이었다. [저 내부 직원인데요. 제가 증언할 수 있어요. 그 어린이집 밥은 진짜 맛없어요. 우리 애는 지난번에 먹고 배탈까지 났어요!] [소위 해외식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도 다 보여주기예요. 대표 친척들을 데려다가 운영한다던데요? 직원들을 속이는 거죠.] [어린이집 때문에 연차도 다 날아갔어요. 개인적인 일로 휴가를 내는 것도 눈치가 보이고, 아파도 마음대로 쉴 수가 없어요.] 나는 그 댓글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린이집 식단은 내가 직접 영양사와 몇 번이나 확인한 것이었고, 식재료는 전부 특별 계약으로 공급받는 유기농 제품이었다. 원어민 교사진은 세 곳의 최고급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수백 장의 이력서를 검토한 끝에 선발한 사람들이었다. 휴가를 못 쓰게 했다는 말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거짓말이었다. 그 댓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어쩌면 지난주까지만 해도 내 손을 꼭 붙잡고, 내가 육아 문제를 해결해 줬다며 눈물까지 글썽이던 워킹맘 직원일지도 몰랐다. 직원들은 내가 제공한 최고급 복지를 당연하게 누리면서, 서가희가 내세운 현금 수당이라는 달콤한 미끼에 넘어가 나를 배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온갖 거짓말과 비난을 퍼붓고 있었다. 이연아는 여전히 내 옆에서 위선적인 얼굴로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보세요. 일이 점점 더 커지고 있잖아요. 제 말을 한 번만 들어보세요.”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커피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쓰레기통 앞으로 다가가서 커피를 그대로 쏟아 버렸다. “나가.” 내 목소리는 놀랄 만큼 차분했다. 이연아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이내 억울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저는... 저는 정말 대표님을 위해서 그런 거예요.” “나가.” 나는 이연아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 번 더 말했다. 결국 이연아는 사무실을 나갔다. 사무실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내 휴대폰은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협력사, 투자자, 언론사였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는 모든 SNS 계정에는 욕설이 담긴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역겨운 회사 대표, 네 회사 내일 당장 망하길 바란다!] [독립적인 여성의 롤모델인 줄 알았더니, 결국 같은 여자를 착취해서 성공한 인간이었네!] [너 같은 인간은 엄마가 될 자격도 없어!] 제3화 나는 오후 내내 사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건물 밖에는 이미 몇몇 언론사 취재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늘부터 나는 정서연이 아니라 그저 한 명의 사업가로 살기로 했다. 나는 내선 전화를 들어 행정 책임자에게 연결했다. “전 직원에게 공지해. 내일 오전 9시, 대회의실에서 전체 회의를 열 거야.” “최근 여론에서 제기된 사내 어린이집 복지 문제에 대해 회사의 최종 해결 방안을 발표할 거야.” 전화기 너머로 행정 책임자의 망설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타협하시는 겁니까?] “아니.” 나는 창밖의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이제는 그 사람들이 자신의 탐욕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할 때야.” 다음 날 아침, 회의실은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찼다. 회의실 안에는 들뜸과 기대감이 가득했고, 그 분위기는 축하 파티에 더 가까웠다. 서가희는 맨 앞줄에 앉아 워킹맘들에게 둘러싸인 채, 완전히 그 자리의 중심에 서 있었다. 심지어 정성껏 화장까지 하고 와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투쟁 경험’을 의기양양하게 늘어놓고 있었다. “오너를 상대할 때는 마음 약하게 굴면 안 돼.” “우리가 똘똘 뭉쳐 일을 크게 만들면, 결국 대표도 겁먹을 수밖에 없어.” “두고 봐. 오늘은 분명 우리 마음에 드는 답을 내놓을 테니까.” 이연아도 서가희 옆에 앉아 점잖은 미소를 띤 채,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오전 9시 정각, 나는 정확히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순식간에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누군가는 고소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고, 누군가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보듯 쳐다봤다. 또 어떤 이들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탐욕이 어려 있었다. 단상 앞으로 걸어간 나는 PPT도 켜지 않고 아래의 얼굴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그리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먼저,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회의실이 술렁이더니, 이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서가희는 더욱 의기양양하게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누군가에게 좋은 소식이라도 전하는 듯했다. 나는 허리를 펴고 직원들을 바라봤다. “제 개인적인 생각만 앞세운 나머지, 워킹맘 직원 여러분이 스스로 아이를 돌보고자 하는 바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께 불편과 오해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박수는 더욱 거세졌다. 심지어 누군가는 자리에서 외쳤다. “대표님이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겠다는데, 우리도 이해해 드려야죠!” 나는 박수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말투를 바꿨다. “여러분 각자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고, 여러분이 강하게 요구한 자율적인 육아 방식을 반영하기 위해...” “회사 경영진은 밤새 신중한 논의를 거친 끝에, 다음과 같이 결정했습니다.” 나는 일부러 잠시 말을 멈췄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누군가는 목을 길게 빼고 나를 바라봤고, 모두의 눈빛에는 기대감이 번뜩였다. 나는 직원들을 바라보며 한마디씩 천천히 결정을 발표했다. “첫째, 오늘부로 사내 어린이집을 영구 폐쇄합니다.” 회의실이 순식간에 거대한 환호성으로 뒤덮였다. 서가희와 그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흥분한 나머지 서로를 끌어안았다.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직원들의 광란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두 번째 결정을 계속 발표했다. “둘째, 여러분의 요구를 반영해 앞으로는 육아수당을 지급합니다.” 모두가 조용해지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 직원들이 그토록 바라던 숫자를 발표했다. “조건에 해당하는 워킹맘 직원에게는 매달 4만 원의 육아수당을 지급합니다.”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승리를 자랑하려던 서가희의 휴대폰이 손에서 떨어졌다. 바닥에 부딪히면서 휴대폰 화면은 산산조각이 났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난 서가희가, 갈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4만 원? 지금 우리한테 4만 원 주고 끝내겠다는 거예요?” “어린이집 운영 예산은요?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거예요?” 나는 차가운 눈으로 서가희를 바라봤다. “예산? 무슨 예산이요?” “사내 어린이집은 내 개인 돈으로 만든 거예요. 회사 예산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이제 더 이상 내 돈을 쓰고 싶지 않은데,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내 말에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이 얼어붙었다. 직원들은 줄곧 어린이집이 회사 복지 예산으로 운영되는 줄 알고 있었다. 조금만 일을 크게 만들면, 그 복지라는 파이를 현물 대신 현금으로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 파이 자체가 애초부터 자신들의 몫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건 내가 내 사비를 들여서 직원들에게 건넨 선물이었다. “그럴 리 없어!” 서가희가 거의 악을 쓰듯 소리쳤다. “거짓말이에요! 당신은 그냥 추악한 오너일 뿐이에요. 그 돈을 혼자 차지하려고 거짓말하는 거잖아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나는 아무 표정 없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이번 여론 사태로 회사 평판이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최대 협력사가 방금 우리와의 협력을 동결했습니다.” “이사회는 밤새 긴급회의를 열었고,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 24시간 안에 회사 운영비의 30%를 줄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끊고, 단상 아래의 창백해진 얼굴들을 훑어봤다. “정리해고 명단은 내일 아침, 각자의 이메일로 발송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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